애린 이종희

산문

다른 곳에 마음을 두고

흐릿한 날씨 핑계 삼아

갈까 말까 망설이다 도착한 애기봉,

확신이 안 서면, 도착해도 찜찜하다.

필수인 예약을 안 해서

주차도 못하고 빠꾸 당했다.

허탕쳤다고 푸념하면 꿀꿀해지니까

여기까지 드라이브 왔다고 생각해야지,

애기봉엔 북녘을 가리는 연무만 신났다고 상상해야지,

그런데 연무는 김포 시내가 더 짙은 것 같다.

게다가 지워진 초록 위로 드러난 잡동사니들이

거리에서 너무 방황을 한다.

보여서 기분을 좋게 하는 것들은

모두 겨울잠 중인 걸까

그렇다고 기쁨을 포기할 우리가 아니다.

전류리 포구를 지척에 두고

드디어 산촌 녹차 두부마을에 도착했다.

정오를 조금 넘겼을 뿐인데 썰렁하다.

대기 번호가 길었던 이곳의 역사는 어디로 흘러갔나...

하지만, 두부 정식 맛은 그대로다.

반찬 리필을 여러 번 부탁하던 옆테이블 아낙이

계산을 하면서 뭔가를 말하고 나갔다.

"음식이 맛있어서 또 온다고 가게 오래오래 하시래요."

그 아낙을 배웅한 직원이 주인에게 전한다.

"치~"

주인의 반응이다.

나는 주인의 반응이 알쏭달쏭해서

계산하고 나올 때

"잘 먹었습니다"라고만 말했는데

피식 웃음을 꺼냈다.

시든 백일홍 새삼 멋있음
시든 백일홍 새삼 멋있음

앞마당엔 봄부터 가을까지

예쁜 것들을 키워내던 화분들이

지난가을이 떨군 낙엽만 몇 장 채운 채

을씨년스럽다.

황토벽과 과거의 물건들의 품격을

표 나게 방해하는 저들을

문득, 보이지 않는 한 구석에

쉬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든지 예쁠 수 있는 장소가

너저분한 것들로 방치되어 있는 건

손님이나 주인에게 큰 손실이다.

갑자기 수십의 자전거 부대가

마당안으로 밀려들어온다.

그런데 자전거가 모두

초등학교 저학년용 자전거 크기다.

"세상에 어른들이 저 쪼그마한 자전거를 타다니!"

참 신기한 동호회가 다 있다고, 생각하며

구경만 재미있게 하다가 사진 찍는 걸 깜박했다.

그래도 괜찮다.

덕분에 모처럼 표정이 리프팅 되었다.

25.1.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