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단집 추억

동백나무 숲 안쪽 늙은 도단집
주인이 하늘나라로 주소지를 옮긴 후
배를 타는 남자와 육지에서 시집온 여자가
알콩달콩 둥지를 틀고 있었다.
평소에는 도단집이
품이 넓은 동백나무와 키 큰 돌담에 가려
집안 공기가 밖으로 빠져나올 수 없었지만
남자가 먼바다로 고기를 건지러 가는 날이면
나는 좁은 돌계단을 따라 올라
그 집 마당을 활짝 열어둘 수 있었다
무료했던 그 여자는
내가 좀 더 시간을 늘려주기를 바라며
전을 부쳐주거나 뜨개질을 가르쳐 주었다
조석의 싸늘한 온도가 숨이 죽고
바람에서 뜨겁게 달군 풀 냄새가 날 때였다.
그 집 새랍으로 막 들어섰는데
마당 건너편 정지문 앞 장독대 위에
금이 간 청자빛 사기대접에
분홍과 하양 채송화가 방울방울 웃고 있었다
그때 나는 갑자기 환해져서는
나중에 커서 뱃사람의 신부가 되고 싶었다
양철 지붕에 떨어지는 빗소리를 들으며
시나브로 녹슬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