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고향에서 올라온 맛

군불 땐 부뚜막 가마솥 증기가 결빙의 마음을 녹인 맛

고향 바다가 통째로 다가와 내 처진 어깨를 다독인 맛

책가방 속에 스며든 향수가 폴폴 밖으로 나와 반긴 맛

고구마 두지 속 움튼 고구마싹이 어둠을 뚫고 나온 맛

터벅터벅 걸어가는 밤길에 달빛이 노랗게 벙그는 맛

짠내난 설움 삼키며 한 길 오롯이 걸어 수면 위에 뜬 맛

꽁꽁 언 손으로 바다를 건지던 섬사람의 맵고 시린 맛

쌉싸름한 인생 고갯길 넘고 넘어 우려낸 환희의 눈물 맛

끊기던 친구가 문득 찾아와 유년의 갯바위를 풀어준 맛

형제자매 둘러앉아 밤늦도록 옛이야기 속에  영그는 맛

먼 여행 떠나신 엄마가 꿈속에 나타나 빙그레 웃는 맛

금오열도 파래에선 그런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