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적벽강을 돌아 나오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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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스타데이지를 찾아 떠난 부안에서 돌아오는 길에 적벽강에 들렀다.

유채꽃 흐드러진 마실길이라는 정보가 있었지만, 내 예상대로 유채꽃은 떠나고 없었다. 그저 어쩌다 보인 유채꽃 몇 송이가 한때의 영화를 기록하고 있을 뿐이었다.

중국 소동파의 적벽강에서 이름을 따왔다는 이곳은 붉은색 바위 절벽과 암반이 바다와 맞닿아 있다. 해 질 무렵 암벽에 닿은 노을빛이 지나는 마음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데, 가야 할 길은 지체할 시간이 없다고 다그친다. 게다가 점심때를 놓친 뱃속에서 자꾸만 시냇물 소리가 흐른다.

절벽을 구경하고 나오는데, 오랜 시간 파도에 깎인 동글동글한 구멍들이 해식대지에 가득했다. 바위틈에 갇힌 몽돌이 세월에 느슨해져 파도와 한 몸으로 뒹굴며 돌절구를 만들어낸 것이었다.

주인이었던 공이가 마모되어 어디론가 흩어지면, 파도에 휩쓸려 떠돌던 다른 공이가 정착하여 만들어낸 흔적들. 저마다의 독특한 모양으로 이 시대를 스치고 있는 저 작은 구멍 하나가 만들어지기까지 수많은 돌과 수천 년의 세월이 스쳤을 터이다. 때로는 텅 빈 채로, 때로는 숨 가쁘게 달리면서......

지금 적벽강 유채꽃은 바닷가 추억으로 머물고, 코끝을 스치는 바다 향이 시누대 숲 바람을 타고  길손을 부르고 있다. 항상 걸음 멈춘 곳은 떠날 땐  다시 찾겠다고 다짐하게 하지만, 애석하게도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도 멀어진다는 속설이 스친 풍경 속에 가득하다.

[산문] 잠시 걸음을 멈출 때

유채꽃은 베어지고

시누대 숲으로 가는 길 왼쪽 바다 건너 채석강이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