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엔드리스 썸머

들녘의 모퉁이

밤새 불 밝힌 일터를 지키던 그녀는

생애 처음으로 분홍빛 화장을 한다

하루를 꿰매기 위해

수천 개의 천 조각을

한 땀 한 땀 이어 붙인다

동그란 외딴방

재봉틀 아래로 천이 밀려들고

굽은 손가락이 솔기를 따라간다

꺾인 마디마다

시퍼런 멍이 꽃잎처럼 번지고

손톱 밑에 박힌 실오라기는

씻어도 빠지지 않는다

눈을 감아도 끝나지 않는 여름

창틈으로 가늘게 새어드는 볕 아래

드르르륵, 드르르륵

그녀는 빠져나온 소음을

다시 천 속으로 말아 넣는다

창밖에는 핑크빛 수국이

바람에 몸을 뒤집고

그녀는 잠시 바늘을 멈춘다

손등에 볕이 내려앉고

손가락을 굽혔다 펴자

오래 접혀 있던 주름 사이로

꽃잎이 조금씩 번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