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사화가 피면 개복숭아 액기스를 담가요
"오늘 개복숭아 가져다줄게" 06:03
"네 언니 몇 시에 오실 거예요?
오신 김에 콩국수 먹으러 가면 좋은데요"06:41
"오전 11시쯤"06:58
"네 오셔서 콩국수 먹으러 가요"06:58
금오 여인들은 약속 시간을 잘 넘기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저는 10시부터 기다렸습니다.
"다옴"10:36
백두산 갈 때 신으라고
아들래미가 사준 운동화를
길들인다고 신고 오신 미리님,
역시나~
저는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우리 콩국수 먹고 산책가요~"

액체를 가득 머금은 공기는 가는 길마다 터지고
묵직한 열기를 품느라 정신없는 바람을 가르며
골목과 작은 도로를 걸어
공수부대가 지키는 수명산에 들어섰습니다.


낮은 동산을 한 바퀴 돌면서
땀이 어디로 흐른 지도 모르고 이야기를 하고
걷고 또 걷는 사이 수명산 입구,
빨개진 두 얼굴은
오래된 연립주택에 멈췄습니다.
방앗잎 사이로 나온 채송화를 보면서
"예쁘다~"는 미리님,
그 순간 저는 미리님이 훑어다 준 방앗잎으로
저녁에 전 부쳐 먹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공수부대 병아리색 담장옆으로 우거진 숲에는
새 모이 통이 있습니다.

그 길을 빠져나오면 주인의 솜씨 덕에 물오른 조랑박 넝쿨도 있고요.

박나물을 먹어본 가남이 있는 저는 입맛을 다시고
미리님은 고향 방문 때 우연히 만난 분의 인심을 회상합니다.

사람들이 정성으로 키워낸 햇살에는 이리보고 저리 봐도 작품입니다.

지난번 보았던 수국에게 길을 안내하다가 때 아닌 횡재를 했습니다.



수국은 며칠 사이 너무 낡아 있고 향수를 데려오는 이 열매는
낡은 철문과 더 잘 어울린다는 미리님 말씀에 따라 저는 쪼그려 앉았습니다.

햐~요녀석들~
익으면 다시 와야겠습니다.

주차장에서 미리님을 배웅하고
미리님이 싸온 보따리를 풀었는데
우리만 먹기엔 너무 싱싱하단 말입니다.
또 7층 언니께 기쁨을 나누고
또 언니의 말씀을 들어주다가
언니가 가꾼 옥상에서
매끈하게 빠진 상추다리를 보며
방울토마토 따먹는 재미에 ~ㅎㅎ


집에 돌아와보니 채소가 더 늘었습니다. ㅎㅎ

더운 날 복숭아따느라 넘 힘들었겠다고
뭉클한 감동으로 씻어도 끝이 없어서
남은 털은 내가 알아서
잘 소화시키겠노라고 하고ㅎㅎ

청매실이 익으면 황매실처럼 향기롭다는 미리님표

이 사진을 위해 미리님의 눈에 선발된 녀석들...

세상에 하나밖에 없는 미리님 작품들...

못생겨도 맛은 좋아
덕분에
저녁 우리집 밥상에
서울 우유가 올랐습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