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칼럼·서평

빈티지 도자기 램프에서 만난 장인 정신

조양방직 신문리 미술관에 전시된 조명등 이야기

날씨 온도에 적응하지 못한 날에는 예술관이 좋다

일찍 도착해서 커피와 빵을 곁들여 자리를 정하고, 시나브로 공간을 거닐며 구경에 나섰다. 그러다 유독 눈길을 사로잡는 스탠드 전등 하나에 마음이 꽂혔다.

가만히 들여다볼수록 깊이에 이끌려, 그 속에 숨은 도자기 공예의 아득한 기술까지 조금 알게 되었다.

이곳 조양방직을 이끄는 이용철 대표는 인사동과 유럽 등지에서 오랫동안 빈티지 고미술품을 모아 온 수집가다. 2017년, 오랫동안 쓰레기더미로 방치되어 있던 2,000여 평의 낡은 폐공장 부지를 만난 것이 그 시작이었다.

그는 깨끗이 허물고 새로 짓는 대신, '세상에 쓸모없는 물건은 없다'는 철학으로 시간의 궤적을 품어 안았다. 공장의 빛바랜 콘크리트 벽과 양철 지붕, 길게 늘어선 직조대 틀을 있는 그대로 보존했다. 그 자리에 오랫동안 모아 온 트랙터와 옛 공중전화박스, 유람선의 라이프보트, 그리고 유럽의 앤틱 소품들을 가만히 앉혀 두었다. 버려진 공장 안팎이 거대한 레트로 미술관으로 다시 숨을 쉬기 시작한 것이다. 하찮게 여겨지던 폐기물과 골동품에 새로운 시선을 부여하여, 저물어가던 지역 상권까지 부활시켰다.

그곳에서 만난 드레스덴과 마이센 포세린 램프는 독일 도자기 예술의 정수가 아닌가 싶었다.

마이센은 18세기 유럽 최초로 자기를 개발한 왕립 가마에서 시작되어, 흙을 반죽하고 구워내 채색에 이르기까지 전 과정을 정직하게 수행해 왔다고 한다. 정교한 인체 조형과 섬세한 오버글레이즈 기법이 어우러져 단정하고 정제된 미학을 드러낸다.

반면 드레스덴은 여러 독립 공방의 장인들이 모여 흰 자기 위에 극상의 화려함을 피워낸 결정체다. 특히 실제 레이스 천에 액상 흙을 적셔 구워내는 '포세린 레이스' 기법은 공예의 경지를 보여준다. 고온의 가마 안에서 실은 불에 타 사라지고 순백의 도자기 흙만 남는데, 작은 흔들림에도 쉽게 깨져 버려 오직 숙련된 장인의 손길로만 완성할 수 있다. 기계로는 감히 담아낼 수 없는 드레스의 살랑이는 주름과 고운 망사의 입체감이 그렇게 태어난다.

마이센의 정통한 조형미와 드레스덴의 화려한 공예 기술. 빗물처럼 스며든 장인들의 수작업을 거쳐 완성된 조명은, 시간이 흘러도 변치 않는 명품 빈티지로 남아 무심코 지나는 걸음을 붙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