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록의 번성기

짠물 젖은 그물을 움켜쥐던 날들을 묻고
어부는 바다가 보이는 산밭에 뼈를 뉘었다
앞바다엔 파도가 일고
묵은 밭둑을 비집고 나온 머위 잎들이
우산을 편 채
일제히 밭둑 아래로 고개를 돌린다
주위를 어슬렁거리던 덩굴들은
소리가 끊긴 집을 열어 주인 행세를 하고
밭과 들을 콕콕 찍어 삼킨 대나무들은
곧은 몸을 밀어 무덤 앞에 섰다
동산 위에 까치발을 올려놓아도
앞바다는 겨우 숨소리만 허락할 뿐
산밭에 눌러앉은 푸른 혀는
묵은 돌담의 틈까지 핥고 내려간다
매캐한 쇠소리를 뱉어내던 예초날이
속살을 드러낸 길 위에 청즙을 흩뿌리지만
층층이 쌓아둔 돌담을 넘은 초록은
마을의 발치까지 넘실대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