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안이 머문 자리-금오도 써니아일랜드
한 장소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자연일까,
그곳에 집을 짓고 사는 사람일까.
빼어난 자연도 사람의 시간이 더해질 때 오래 기억되는 장소가 되기도 한다. 제 집을 가꾸고 대문 앞을 치우는 일만으로도 길은 환해진다. 때로는 한 사람의 정성이 마을의 표정까지 바꾼다.
그 자리에 ‘써니아일랜드’가 들어섰다. 이어지는 길이 조금 지루해질 무렵 나타난 그곳은 이제 금오도의 한 자리가 되어 있었다.
담장을 덮은 트리안을 본 것은 통영 장사도 이후 처음이었다. 반가운 마음에 한참을 서성이며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세월이 만든 부피까지 렌즈에 다 담을 수는 없었다.
외벽에 기대어 시작했을 작은 줄기 하나가 건물을 감싸기까지, 트리안은 서두르지 않았을 것이다. 여린 줄기를 뻗어 빈 벽을 찾아가고 햇빛을 받아 적으며 여기까지 왔으리라. 눈에 띄는 꽃이나 향기가 없이도 잎들이 겹치고 겹쳐 마침내 풍경이 되었다.
한 장소가 제 모습을 갖는다는 것은 어쩌면 이런 일인지도 모른다.
카페 안에도 주인의 손길과 세월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그 모습은 담장 밖 트리안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였다. 한 잎이 다른 잎의 자리를 내어주며 벽을 덮었듯 사람의 하루도 그렇게 한 장소에 포개지는 것인지 모른다.
그렇게 섬이 사람에게 풍경을 내어주고,
사람도 자신의 시간을 보태 그 풍경을 다시 섬에 돌려준다면 얼마나 좋을까.
돌아서는 길,
담장 끝 어린 줄기 하나가
아직 닿지 않은 벽을 향하고 있었다.
금오도 써니아일랜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