칡꽃은 계절을 타고


만날 수 없었던 보랏빛 기억이
달콤한 향기로 내 창가를 스친다
가랑비에 젖어버린 무채색 상흔이
줄기마다 매달려 손짓한다면
나는 눈물도 없이 그대를 반기며
스쳐온 날들을 다독일 수 있을까
어쩌면 그대는 보이지 않았어도
내 등줄기에 얽혀 있었는지 몰라
떠나버린 시간은 흔적이 없지만
여전히 길은 흔들리고 있으니까
안갯속을 유영하던 여린 꽃잎은
수풀을 헤치고 살아야 하니까
오래된 한숨이 허공을 떠돌면
공기방울로 그대 곁을 스쳐가겠지
물보라가 방울방울 넝쿨져 오르면
언덕에 소담스레 벙글던 그대는
타고 오른 잎새 뒤에 몰래 숨어서
지쳐버린 나를 기다리고 있을 테니
*평안하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