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여행기

낡고 오래된 연립주택이지만

낡고 오래된 연립주택이지만

그곳을 스치는 요즘 퇴근길은

늘 내 탄식이 머문다

너무 바쁜 날 문득 고개들어

노을 진 하늘을

올려다보는 느낌이랄까...

몇 해 전 태풍에 무참히 꺾였던

안타까운 기억을 지우고

고맙게도 능소화의 만개가

돌아온 것이다

틈을 내서

나는 오랫동안 퐁당 빠져버렸다

습찬 땡볕이었지만

그런 것쯤은 얼마든 헤쳐나갈 수 있다

보고

또 보고...

부끄러움은 소화 아씨의 몫,

그래서 얼굴을 붉혔을까

"예쁜가요?"

"네... 너무 예쁘지요..."

"에이, 여기 사는 사람들은

베어버리자고 해요"

"세상에, 이렇게 예쁜걸요?"

"꽃 진 자리 지저분 하다고요

누가 치우는 사람도 없고..."

"에구... 그래도 베지는 마세요.

능소화가 요즘 많이 피어있지만

이렇게 예쁜 꽃은 쉽게 볼 수 없어요"

한참을...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던 어르신은

어디선가 빗자루를 들고 와

떨어진 소화 아씨를 거두고 있었다.

등 뒤에 소화 아씨를 닮은

노을빛 망토를 걸치고...

늘 행복하세요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