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

노틀담 성당

프랑스 통치 시대인 1880년에 세워진 것으로 호치민에서 가장 큰 성당이다. 건축에 소요되는 자재를 모두 프랑스에서 운반해서 만든 이 성당은 호치민에 남아있는 프랑스식 건축물 중에 가장 아름다운 예술성을 자랑하고 있다.

나무뿌리처럼 굵고 가는 강줄기가 시내 곳곳에 뻗어져 강의도시라는 수식어가 붙은 호치민시에 한여름 밤의 크리스마스가 묘한 흥분을 감싸 안고 다가왔다.

만조 때면 으레 강물이 범란 하여 도로 곳곳은 새로운 샛강줄기가 탄생하는 호치민, 그래도 사람들은 그다지 싫은 기색 없이 일상을 갈무리한다.

수면과 지면의 차가 10cm도 안돼는데도 부레옥잠 물풀을 무수히 떠밀고 쏟아져 들어오던 사이공 강물을 바라보며 우리는 한적한 강변식당에서 저녁을 먹고 크리스마스 분위기에 휩쓸려 시내 중심가로 향했다.

만조 때가 다 되었는지 시내에 낮은 도로는 이미 강이 범란하기 시작했고 그런데도 수많은 오토바이 족들은 사이공 강 부레옥잠 물풀처럼 범란 하는 강물을 따라 시내 중심가로 유유히 쏟아져 들어가고 있었다.

크고 작은 건물 밖에 내걸린 형형색색의 전구와 크리스마스 장식물, 산타복장을 한 꼬마에서 연인들, 곳곳에 설치된 크리스마스트리, 인산인해를 이룬 교회당, 빨간 풍선과 산타 모자를 파는 길거리 상인, 도로는 이미 마비되고 인도까지 오토바이홍수로 침식당해가는 시가지를 보면서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국인이 주인이라는 다이야몬드 프라자 내의 귀금속을 파는 일층은 그런대로 한적 했지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층에 오르자 거의 대부분 아이쇼핑과 성탄 분위기를 즐기려는 베트남 사람들로 인해 정체되어 이러다 압사 당할 수도 있겠구나 싶어 우리 일행은 곧바로 빠져 나오고 말았다.

주변에 있는 한국화장품 드봉에서 협찬 한 듯한 모형 겨울과 크리스마스 하우스를 관람하며 성탄분위기를 즐기려는 사람들을 보면서 그 무섭다는 공안들도 속수무책인 도로를 가로질러 걷기 시작했다.

성탄은 이 나라에도 이미 튼튼한 뿌리가 내린 축재라는 것을 목격하면서 먼 이국땅에서 첫 번째 맞은 나의 성탄절은 이날의 분위기 만큼 잊지 못할 추억으로 이렇게 남기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