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우리는 기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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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님!

뵙고 싶었습니다.

가을 소풍날,옥녀봉 산자락에

하얗게 일렁이던 억새 꽃,

그 풀밭을 누비며 추시던 곱사 춤을

지금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 곳에서 보았던 바다는 참 푸르렀고

그 바다 위를 작은 배 한 척은

부채처럼 물결을 함빡 펼치고 있었지요.

그 풍경을 뒤로 하고 한 선배님은

그 시절 유행가 ‘단발 머리’을

수줍은 듯 여리게 불렀습니다.

그 노래 가사를 스승님은

푸른 솔이끼 같이 촉촉했던 우리들 가슴에

참으로 아련하게 풀어주셨지요.

나른한 오후,

꿈결처럼 불러주시던 인어 이야기.

그 노래를 지금도 우리는 기억합니다.

어느날, 스승님은

세상 저편 들려오는 소리가 너무 미약해서

‘꼭 우물 안 개구리 같다’ 시며 우리에게

언젠가는 멀리,

아주 멀리 떠나라 하셨지요.

지난해 우리는

20년 만에 이 자리에서 만났습니다.

내일이면 다시 만날 것 같았던 우리가

오랜 세월을 보내고 많은 사연 담고서야

그 귀한 만남을 이루었지요.

그리고 오늘,

운명처럼 존경하는 스승님을

이 자리에 모실 수 있었습니다.

바다가 가둬버린 섬마을, 작은 교정.

스승님의 뜨거운 열정이 살아있고,

철없는 제자들의 어설픈 발자국이 서려있는 곳,

우리는 지금도 그곳을 기억합니다.

우리를 가뒀던 바다는 여전히 푸르고

물결을 펼치며 지나가던 어선처럼

우리는 이순간에도

먼 곳을 향해 유유히 떠나고 있습니다.

수 많은 폭풍우를 헤치고 지나서야

비로소 만남을 이룬 우리의 십오회와

그들에게 참다운 가르침을 실천하셨던 스승님을

우리는 진심으로 사랑합니다.

먼 훗날에도 스승님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귀한 시간 아끼지 마시고 이 자리를 빛내 주시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우리는 함께 한 이 순간을 추억하고,

또 다시 그리워하고, 그리고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