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더 살아보면 알걸세...........

"단풍이 곱게물든 가을날 산정호수를 내려오는데

노을이 지고 있었어...그 노을이 그렇게 예쁘게 물든 단풍에

스며들고 있는거야......그걸 보면서 가슴에서 왈칵 하고

눈물이 솟구쳐 오르는 걸 자네들은 모를거야....더 살아봐야지

내 나이가 되면 그 기분을 알게 될 걸........."

명절날 민속놀이를 하다 오십대 중반을 넘긴 친척 형님의

말씀이에요.

난 금방이라도 "저도 그런적 있어요" 하고 말하고 싶었지만

금세 난 그 마음을 바꾸고 말았죠......더 살아봐야 한다는 말에....

결혼을 하면서 아주 오래전 부터 꿈꾸온 저의 꿈을

무슨 사치인양 저는 아주 멀리 했어요.

비가오면 그 비가 좋은데도 ...난 지금 비를 보며 감상에 졎을만큼

한가롭지 못해......하면서 자꾸 그런것에서 벗어나려 했죠.

그런데 아무리 벗어나려해도 벗을수 없는게 있어요.

가끔 나이드신 형님처럼 울컥 하고 눈물이 난다는 거요.....

지금껏 전 일기를 쓰죠....그 일기는 내가 아주 힘들때

너무 힘들어 감당하기 힘들때.......그 일기를 쓸려고 일기장을 펼치면

몇장 넘겨지지 않은 빛 바랜 모습으로 그렇게 가만히 날 보고 있어요.

일년에 많이 써 봐야 겨우 여섯장 정도......그런데 그렇게 힘들다고

생각할때 쓴 일기가 나이를 조금씩 먹고 난 후에 다시 읽어보면

그때 그 일은 아무것도 아닌 거였어요.

별일도 아닌것에 난 무척이나 힘든 벽을 느낀거죠.......

나이드신 형님이 노을을 보며 느낀 그 기분을 전 아마 그 형님의 나이가

되서야 알 수 있을 거에요.

그렇지만 여자는 아무리 나이를 많이 먹어도 유년시절을 그리워 하다가

어느틈엔가 그 시절 기분이 된다는 것을...전 저의 친정 엄마에게서도 느끼고,

나이드신 형님께도......그리고 저에게도 느껴져요.

그 형님처럼 곱게 나이를 먹고 싶어요.

그 나이가 되어서도 노을을 예쁘게 그릴수 있는......

요즘들어 전 무척이나 많은 꿈을 꾸어요.

때로는 아이가 되고 ,꽃도 되고, 사랑에 가슴앓이를 하는 여자가

되기도 하고.....사람들의 착각속에 저의 이런 상상이 어떻게 그려질지

걱정도 되지만 그 걱정마저 무서워 했다면 아무것도 상상하지 못할 거에요.

이제 전 남자가 되어 볼 거예요.......그래서 목숨만큼이나 애절하고

가슴아픈 첫사랑을 할 거에요......

나이드신 형님의 그 진지한 말씀을 떠올리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