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섬 아이들...(호롱불)

호롱불 아래서 공부를 하던

어린 아이들이 있었죠.

울보였던 아이는 입학할 날을 손 꼽아 기다리며

오빠가 써 준 이름 석자를

행여 호롱불이 없는 까만 밤처럼 까먹을까봐

온힘을 손목에 넣은체

비툴비툴 서툴게 써 내려가고 있었죠.

호롱불 켜진 방안엔

따뜻한 온기가 달무리처럼 퍼저

천장에도 벽에도 하늘거리는 불의 그림자가 날리고 있었죠.

늦은밤 할머니는

호롱불 기름이 다 떨어져 간다고

불이붙은 심지를 빼내어 통안의 기름을 확인하며

금방이라도 꺼버릴듯 입김을 불 자세로 곁에 앉아 있었죠.

까막눈 할머니는

비틀거리며

잘도 써내려간 내 이름자를 보고

공부 잘 하겠다고 머리를 쓰다듬으면,

너털웃음 할아버지 한마디가 어린 아이에게 날개를 달아줬죠.

"우리 집안은 양반 집잉께...잘 할 것이여..."

한가로운 할아버지는

낡은 책을 날마다 날마다 똑같은 목소리도

참으로 희한하게 읽고 또 읽었죠.

할아버지는 그 책을 무슨 귀한 보물 처럼

높은 선반에 올려 놓은체

돌담 앞 새랍에서도 읽고

마루에서도 읽고

따뜻한 방 아랫목에서도 읽고 계셨죠.

글을 조금씩 알게 되어도

무슨 뜻인지 알수 없었던 할아버지의

희한한 노래는

먼 훗날역사 드라마의 한 선비의 노래와

똑같은 것이였죠.

좀더 글을 알게 되어 할아버지 낡은 책이

"시조"집 이였다는 걸 알게된 아이는

신비스런 그 책을

호롱불의 그림자만큼 그리워하곤 했었죠.

호롱불 아래

까막눈 할머니는

하늘 거린 불 그림자를 지그시 보면서

기억저편 숨어있는 보물 보따리를

살며시 풀어내주곤 했었죠.

까만 방안에

어둠밖 나무들이 방문 창오지에 스며들어와

희미한 벽에 기대어

살랑사랑 춤을 춰주고

할머니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하늘거린 호롱불처럼

온 방에 울러 퍼지면

아이의 꿈나라는

날마다

날마다

예쁜 꽃밭에

착한 공주가

사푼사푼 뛰놀며

한가로운 미소를 머금고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