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이 지나는 길목에서...

어느날, 여섯 살 박이 아들녀석이 자꾸만 하늘을 쳐다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한참동안 하늘 속에 있던 아이는 이내 어두워져 금방이라도 눈물을 떨구어 낼 것 같았지요. 이유를 물으니 아빠가 왔다는 가을이 제 눈에는 보이지 않더랍니다.

그러니까 한달 전쯤 이였습니다. 서늘한 바람에 고추잠자리가 우리가 살고있는 고층까지 날아와 주던 날, 간밤에 소낙비 같은 풀벌레 울음을 들었나 봅니다. 창 밖을 내다보던 남편이 ‘여기도 가을이 왔다’며 무심코 중얼거렸거든요.

계절을 아무리 설명해도 전부를 이해할 수 없는 나이와 경험이 아쉬움으로 남기도 했지만 상상의 날개를 단 아이의 마음이 여간 기특한 날이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침내 계절이 어떤 형체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늘 푸르던 풀잎과 나뭇잎과 하늘에도 갈바람이 지나가고 있었던 겁니다. 잠시이겠지만 분명 보여지는 계절은 내 기억속 가을이었지요.

이제 서서히 떨어진 낙엽처럼 계절이 말라가고 있습니다. 몇 달 동안 이 땅은 바스락 거리는 소리를 내며 다음 계절을 향해 길게 고개를 내밀고 있겠지요.

그러나 그 계절 또한 우리를 너무 지치지 않게 할겁니다. 마른 나뭇가지에 현란한 꽃들은 유리조각 같은 햇볕에도 제 몫을 다해 피워 줄 것이고 지구촌 저편 들리는 이야기는 이 순간에도 우리들 마음을 두드리고 있으니까요.

♪ uri e00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