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이들...(신양호)
고동 소리가 온 바다를 삼킬듯
물결과 바람을 가로질러
산 언덕
빼곡히 들어선 솔가지 끝에도
장엄한 진동을 보내고
몇 분 후면
어김없이 방파제 끝자락을
유유히 미끄러저
마을 앞 한가운데를 휘 돌아
신양호 뱃머리는 나를 보고 있었죠.
바닷빛과 초록빛이 연하게 어우러진
신양호 뱃머리가
물결을 가르고 지나 갈때는
갈매기도 부러운 듯 고개를 처들고
하얀 포말의 두근 거림을 느끼려 했었죠.
세벽 밥을 간신히 먹고
후닥닥 달음질을 처서 아랫 마을까지 가야했던 난
간신히 사무장님의 반가운 얼굴을 뵙고는
수줍은 미소를 미안하게 보이면
"숨 차겠다,이렇게 아침부터 뛰어서..."
그러시면서 책가방을 힘차게 받아 주었죠.
신양호 사무장님은
개구진 섬 머심아들을
군인의 군기처럼 무섭게 다르곤
잠깐 동안 머물 우리들을
늘 책을 읽게 하였죠.
우루루 몰려 나간 빈 자리에
우리가 잊고간 만화책을 발견하곤
오후 하교길 무서운 사무장님의 눈빛에
홍당무로 변해버린 얼굴을 숙이며
사무장님의 거침없는 잔소리를
부끄럽게 기다리고 있던 나에게
"만화책도 재미 있는 책을 골라야지,
이렇게 심심한 내용이 뭐가 재밌다고...."
그러시면서 내 볼을 살짝 꼬집어 주었죠.
신양호 사무장님은
무서운 얼굴 안에
늘 우리의 걱정을 가득 담고
매일같은 자잘한 잔소리의 관심으로
금오도 주변 바다에 부지런히 물들게 했었죠.
어느해 여름날,
고향을 가기 위해 신양호를
아주 오랫만에 타게 되었죠.
그분은
나와 내 친구들을 아직도 기억하고
반갑게 내 이름을 불러 주었죠.
예전 보다 많이 헬쓱한 얼굴이
지난 세월을 말하고 있었지만,
바쁘게 움직이는 그분의 건강이
신양호에 가득 담겨저
푸른 바다를 지치지 않게
오랫토록 항해 하기를
진심으로 빌고 있었죠.
고향을 가면
늘 그분 안부가 궁금했던 나는
잊지않고 신양호 사무장님 소식을 만나려 했었죠.
이미 하늘 나라로 떠나신 한참 만의 시간이
학창시절 우리의 재잘거림 마저
그분의 연세에 멈추어 버린듯
갈매기들의 지치지 않는 자맥질을 슬프게 보고 말았죠.
좋은 세상에
어느날 문득 나타난 신양호 뒷 무리들이
아무리 좋은 날개로 금오도 푸른 물결위에 춤을 추어도
내 가슴에 남아있는 신양호의 추억을
대신할 순 없을 거에요.
신양호 가판에서 바닷바람을 힘껏 들이마시던
소중했던 나의 꿈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