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이들...(잃어버린 부삭)
해질녘
아버지는 세끼줄에
축 늘어진 고등어를 엮어
조심스럽게 들고
천천히 집으로 올라 오셨죠.
돌담에 비춰진 석양 노을빛이
겨울날 양지바른 햇쌀처럼 포근하게
우리집 황토흙 마당에 들어와
아버지께서 내려 놓은 고등어 푸른 등줄기에도
살며시 와 앉아 있었죠.
정지에서 된장국을 구수하게 끓여 내시던 엄마는
소금간을 살짝한 고등어를 모태에 얹히곤
장작불이 꺼저간 부삭밑으로 조심스럽게 넣으셨죠.
고등어 껍질이 소금에 톡톡 부풀어 오르고
온 세상의 미각을 돋구어 내듯
고등어 굽는 내음은
마당을 지나 돌담을 빠저 나가고 있었죠.
저녁상에
두마리 고등어가 보기 좋게 누워
싱싱한 살결을 들어내주고
우리의 손길을 기다렸죠.
군침이 벌써부터 마중 나오는 바람에
순식간에 껍질만 남게 되었지만
껍질이 얼마나 맛있는줄 너무도 잘 알고 있던 난
누구보다 빠르게
젖가락을 갔다 데었죠.
나보다 더 빠른 동생은 이미 혀를 낼름거리고 비웃었지만
난 그 비웃음 쯤 얼마든 견딜수 있었지만
비웃음 보다 더 서글펏던 방향을 잃어버린
고등어 껍질의 최후였죠.
아버지의 너털 웃음이
평상을 들썩게 하고
엄마의 잔소리가 장작 연기처럼 정지를 가득 차게해도
그 순간 가족의 얼굴이
노을빛에 물들어 너무도 따뜻하게 담장을 스치고 있었죠.
장꾸방엔 아직도 두 마리의 고등어가 누워
세벽 부삭의 뜨거움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잃어버린 고등어껍질의 미련을
먼 훗날 그때의 그리움까지 생각했을까...
나도 엄마가 되면
고등어를 구우리라
껍질이 톡톡 부풀게 하고
지글지글한 고등어 굽는 소리를 맛있게 들으리라...
세월은...
싱싱한 고등어를 고맙게 간직해 주었지만
부삭을 아깝게 잃어 고등어 껍질을 부풀게 하진 못했죠.
아무리 좋은 오븐에 고등어를 구워도
고등어는 힘없이 껍질을 살 속으로 끄집어 당기고
누워버린 고등어 껍질은
아무도 찾지를 않아 쓸쓸한 최후를 맞으며
멀고먼 난지도 그 땅으로 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