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이들...(독담불)
옆집 언니를 따라 숲으로 갔죠.
손에는 솔가리를 긁을 갈퀴와
솔가리를 묶을 새끼줄을 들고...
나지막히 쌓인 돌담위를 넘어 허리가 휘어진
넓직한 밭가에 푸른 머리를 길게 늘어뜨리고
하얀 살을 반쯤 내민 무시를 하나 뽑아
그 몸에 묻어있는 밭 흙을 털고는
작은 칼을 하나 꺼내 깎기 시작 하였죠.
무시는 금방이라도 제몸에 가득찬 진을 보이기 위해
하얀 속살위에 찬 습기를 품어내고 있었죠.
배 맛 이련가....
사각사각 소리도 가을같이
군침도 달콤함이
어쩌면 이렇게,이렇게 맛있을까...
언니는 무시맛의 미련을 금방 버려야 한다고 타이르곤
돌담을 넘어 산으로 오르고 있었죠.
무시를 많이 먹으면 속이 쓰리다는 얘길 하면서
소나무 숲 풀이 자리지 않는 곳을 향해 걸으며
들고간 갈퀴의 손가락을 예쁘게 만저 주었죠.
솔가리는 여기저기 푹신하게 쌓여
인적이 뜸했던 많은 시간을 말하고 있었죠.
손길을 잃어버린 험한 산새는
비탈진 산자락 할아버지 같은
늙은 소나무가
나를 한가롭게 내려다보고
빙긋히 웃고있는 소나무 사이 파아란 하늘은
미련을 버린 무시 맛처럼 가슴 시리게
가까이 다가왔죠.
늙은 소나무를 조금 비켜선 보랏빛 제비꽃이
귀여운 눈망울로 눈인사한 그 옆자리
작은 돌무덤 위를 수북히 덮어버린 솔가리 이블이
내 욕심을 유혹하고 있었죠.
언니는 다급한 목소리로 가까이 가지 마라는 말을 하곤
황급히 내려갈려 했었죠.
영문도 모르고 언니의 뒷걸음만 아쉬워 하는 나에게
"독담불이야!"
"언니, 그게 뭔데?"
"애기 무덤"
"응?"
"애기가 죽으면 거기다가 묻어!"
순식간에 온몸에 퍼진 소름은
내 다리를 굳게 하였죠.
굳어버린 내 다리는 움직일수가 없었어요.
언니는 되돌아와 내손을 끌어 당겼지만
난 독담불 옆에 귀엽게 눈인사를 나눈
제비꽃이 자꾸만 나를 부르는것 같아
제비꽃에 숨어있는 어린 영혼이
나를 가로막는것 같아
난 움직일 수 없었어요.
그날 후로 난
돌무덤만 보면
그게 독담불일것 같아
보랏빛 제비꽃이 나를 부르는것 같아
나는 자꾸만 슬퍼저
어린 영혼의 싸늘한 외로움이 슬퍼서
한참을
가슴에 제비꽃을 묻었습니다.
가끔 동네 친구와
가리 나무를 하였죠.
그 옛날 섬 아이들의
바닷 바람 처럼 억세게 살아가는 모습은
여린 손등에 할퀴어간 가시덤풀도 무색게 하며
그게 전부는 아니였을,
그게 꿈을 저버리지 않게 함이였다는 걸 일깨우며
날마다 투명한 하늘빛의 설레임이
반갑게 찾아와
저를 행복하게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