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섬 아이들...(멧동에 서서)

팔을 벌리고 누워 있어도 좋을 풀밭이 있었죠.

풀밭에 누워 하늘을 보면

하늘에는 친구 얼굴,얼굴이

구름을 친구 삼아 떠돌고 있었어요.

아이들은

헐떡이는 숨을 몰아 쉬며

언덕 사이로 난 오솔길을 따라

올라오고 있었어요.

아이들 무리 속엔

언니들도 있었고,

동생들도 있었고,

내 친구들도 있었죠.

한 언니가 재잘대는 틈을 비집고

무슨 생각에선지

나지막한 멧동을 무대삼아

노래자랑을 하자고 했지요.

항상 지나처도

그 멧동은 가만히 누워 잠을 자고 있었고

가끔 불쑥 고개를 든 풀이 외롭지 않게 하고 있었지만

멧동의 낮은 지붕은 언제나 봐도 쓸쓸해 보였어요.

언제나 밝게 웃던 낙희언니는

멧동의 정상에서

그해 유행하던 이은하의 밤차를

똑같은 몸짓과 음정으로 열창하고 있었고

관객이된 우리는

얼굴 가득 웃음 꽃이 화사하게 피어나고 있었지요.

산새는 우리의 열창에 놀라

작은 날개를 퍼덕이고 소나무 숲 언저리로 날아가고 있었고

실바람은 아이들의 머릿칼을 흔들어 주고 있었어요.

아이들 웃음이 퍼저 나간 오솔길에 하얀 찔레꽃이

순결한 몸을 바람에게 뺏겨도 미소짓고 있었고

저 아래 갯바위에 부서지는 하얀 파도가 부러워서

산으로 자꾸 자꾸 올라 오고 싶어했죠.

멧동에 올라서 아이들을 보노라면

눈동자에 수줍음이 너무가득 고여서

금방이라고 떨어 지고 말 것 같았지만

내가 알던 아이들의 가슴속 꿈이 눈빛으로 말 하며

"산새가 되고 싶다!"

설레이고 있었어요.

저산 저 멀리 저 언덕에는 무슨 꽃잎이 피어 있을까...

한 아이가 이 가사의 노래를 불러 줄 땐 난 뒤돌아 서

저 아래에 누워 있는 구름 다리를 보고 있었어요.

구름 다리에 서성이고 있는 바람을 만나고 싶어서...

그 바람이 얘기해 줄 것 같아서...

우리가 모여 웃고있던 멧동은

가끔 무겁게 짓눌은 무게에 힘은 들었겠지만

이름 모를 그 멧동의 망자는

너무나 행복하게 우리를 보고 있었겠죠.

세월이 흘러버린 지금도

쓸쓸히 누워 있는 그 멧동 망자는 행복할 거에요.

어린 추억에 살고 있는 우리들의 넋들이

아직도 그곳에 서성여 주닌까...

바람따라 물 따라 떠나버린 세월이

어디까지 가고 있을까...

그 세월을 붙잡아 줄 그 무엇이

지금도 먼 훗날도 없겠지만,

난 세월에 숨어있는

어여뿐 넋들의 노래를 지금도 ,

지금도 추억하고 있어요.

추억이 나를 비켜선 날은 아마도 내가

세월따라 기쁘게 나서는 날 이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