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이들...(칠공주집 마당에는...)
돌담을 휘어 돌면 키 큰 감나무가
골목에 숨어있는 나를 보고 있었죠.
감꽃이 떨어지는 계절에
감꽃을 모아 돌담 가까이에 옹기종이 앉아
빠끔살이하는 아이들이 재잘거리는 소리에
부러운 감나무는
제몸의 옷을 한겹 벗어주며 끼어들고 싶어했죠.
싱그런 감잎이 하늘을 덮을때 우리는
나무 아래 평상에 누워
잎사귀가 비켜준 사이에 살짝 걸려준 하얀구름과
파아란 하늘을 보고있었어요.
평상에 누워있는 아이들 얼굴에
감잎의 그림자가 춤을추고 있었고
싱그러운 초록향이 아이들 몸속에 들어와
옛날 얘기를 듣고 싶어했죠.
마당에 서 서 기와지붕을 보면
이름모를 풀이 가끔 기왓장을 건드리고 있었고
먼 바다의 바람은 풀이 심심하지 않게 놀다 가 주었죠.
지붕아래 제비둥지에 새끼제비가 부리를 힘차게 벌리며
어미를 기다리다가 지쳐 잠이들고,
내친구는 공기돌을 주워 나무 아래로 가지고 왔었죠.
햇볕이 가려준 나무 그늘에 앉아 공기놀이를 할때면
손 등이 흙에 깎기고 손톱에 흙이 가득 들어가버려도
아무것도 모르고 놀이에 빠저버린 아이들...
겨울날 작은방 부삭에 솔가지를 가득넣고
그속에 넣어둔 고구마 생각에 불속을 하염없이 들여다 보다가
얼굴이 빨갛게 익어버려도
너무나 예뻣던 아이들이 지금도 마당가에 보랏빛 이름모를 꽃들을
기억하고 있을까...
뒷마당 돌담 가까이 서면 먼 소리도가 아슬하게 보일것 같아
설레였고 아쉬운 내 눈에 들어오는 방파제에 놀고 있던
어부의 아이들이 반갑게 손짓해 주었죠.
칠공주집 마당이 아직도 그리운건
내 어린시절 내가 기억못할 내 친구와의 추억을
내 친구가 기억해 줄 것 같아서...
그 친구가 너무도 그리워서...
칠공주네 다섯째 딸 내 친구는 내 어린날 같이 걷던 산길을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까...
겨울날 작은 논뚝 아래 걸려있던 고드름을 먹고 싶어
입술을 내밀던 추억을 기억하고 있을까...
개구리가 합창을 해주던 친구 논에 미나리가 노란꽃을 피어주면
내가 가까이 다가가 쓰다듬어 주었던 걸 알고 있을까...
솔방울 주우러 산길을 헤매던 소녀들이
길을 잃어 헤매어도 동백꽃이 반겨주던 그 시절
어여쁜 내 친구는 어디에 있을까... ......................................
우리를 기다리다 지쳐 다 늙어버린 감나무는
얼마만큼의 계절을 스쳐왔을까...
다 늙어서 감이 더이상 열리지 않아도
세상 무엇과 바꿀수 없는 우리의 추억이
가지마다 주렁주렁 매달려
세월이 아무리 흘러버려도
그때놀던 아이들을 그리워하며 기다리고 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