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 아이들...(그리움을 앓다가 하늘을 보면)
큰 밭이 산 허리를 꽉차게 누워 있는 할머니 밭에는
정원처럼 아름다운 무덤이 있었고
무덤을 바람에게 지켜준 나지막한 돌담이 쌓여
언제나 내 놀이터가 되어주곤 했었죠.
할머니 밭에 가면
난 그 무덤가에 놀고 있는 개미를 붙잡아
내 친구 하자며 귀찮게 하였죠.
개미는 짖궂은 내 손가락 사이에
숨을 헐떡이며 숨어버리고 싶었겠지만
아이가 제 몸을 내려주지 않아
지처서...지처서 비틀 거릴때면
난 살며시 개미를 집까지 데려다 주었죠.
꼬부랑 할머니는 고구마순 사이에 숨에있던 쭈래를 발견하고
무덤가에 놀던 내게 던저주며
"맛있것다...이거 노랳게 익었다."
쭈래는 새끼참외를 닮은 귀여운 몸짓이
가끔 속씨를 파내며 내가 공기를 넣다 빼주면
신기한 소리가 입안을 맴돌다 내 군침에 못이겨
몸속에 파고 들고 싶어했죠.
그렇게 놀다 잠이들 때면
할머니의 투박한 손이 내차지가 잠시되어
"내 새끼..."
산바람 놀다간 양지바른 풀밭의 아이는
할머니의 온기에 따뜻해 지고
꿈속에 아직도 잃어버린 꿈을 찾아
희뿌연 안개속을 헤매고 있어요.
나 떠난 후 할머니는
그 큰 밭이 외로워
밭가에 놀고 있던 아이가 외로워
몇일밤 몇일날을
내가 놀던 그자리에 나를 그려놓고
서러운 그리움에 허공을 보았노라...
큰 밭이 이제는
옛날 부터 내려온 집안의 핏줄이
대대로 아랫밭까지 이어저
먼 바다만 바라보는 아버지도 계시죠.
아버지...
세월처럼 잊혀저간 얼굴...
그래도 잊혀지지 않은 아버지 뒷모습은
아직도 내 눈에 스며들어...
깊이 스며들어 서성이고 계시죠.
아버지가 돌보는 아버지의 정원은
해마다 너무 큰 잡초가 우거져
아버지집 지붕마저 덮어 버릴때면
아이들은 아버지를 찾지 못할까봐
한낮의 뙈약볕을 받고도 치치지 않고
아버지 집까지 갈수 있는 길을
해마다 해마다 만들곤 했었죠.
골페인 큰 길가에 삐쭉 서있는 엉컹퀴꽃의 보랏빛이
날 반기며 슬픈 미소를 머금고 있고
동생들이 어린날 심어둔 나무가 너무많이 커서
땀방울에 얼룩진 아이들의 얼굴에
시원한 그늘을 만들어 놓고도 아쉬운 마음은
바다를 끝없이 끝없이 보게하는
최면에 빠지게 하고선
아버지의 젊은날을 잠시 추억하게 해 주죠.
늘 아버지집 마당에 놀고 있는
개미를 지켜주면서...
푸른 바다 그곳엔
해마다 산길을 오르는 넋들이 있죠.
산길을 걷다가
잠시 머뭇거리는 공간엔
어린날 기억의 소리가
내 귓전에 맴돌며
"이제는 더이상 떠나지 마라..."
붙잡으려 하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