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

네잎 크로바 ....이야기

"종희야! 참기름 어딨니?"

"난 몰라. 언니..."

"여기있다!"

언니는 밀가루 반죽을 얼마나 오래 하고 있는지

내가 봐도 손목이 아플 것 같았다.

곤로에 올려진 양은 냄비의 물이 보글보글 끓는 소리가 나면서

물방울이 톡톡튀어 밖으로 달아나기에 알맞은 때 언니는 반죽된

밀가루를 가늘고 얇게 뚝뚝 떼어 넣으면서 참기름을 손바닥에

살짝 묻히곤 또 다시 똑같은 모양의 밀가루 덩어리를 넣고 있었다.

"반죽을 오래하면 건데기가 쫄깃하고 맛있어!"

"아하........."

어느새 밥상에 수제비 다섯그릇이 예쁜 모양새를 갖추고 사남매를

기다리고 있었다.

"와! 언니 정말 맛있다."

"맛있니?"

"응 건데기가 너무 얇아. 그런데 어쩜 이렇게 쫄깃해?

꼭 미역을 입에 넣은듯 가볍고 미끄덕 거리는 것이 자꾸 먹고 싶었다.

세상에 태어나 그렇게 맛있었던 수제비를 난 그때 딱 한번 먹어 보고

더이상 똑 같은 수제비를 먹어보질 못했다.

곡성에는 빨래터가 냇가에 있었다.

난

큰 딸이였지만 걸레하나 제데로 빨지를 못했다.

그시절 아이들은 작은 옷가지를 들고 나와 빨래를 했지만, 서툴고

느릿한 나를 성질급한 엄마는 아예 시킬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뭘 시키면 거북아 친구하자. 하니 그 시간을 엄마는 기다려 줄 만큼

한가하질 못했다.

엄마는 항상 빨래를 해 오고 빨래줄에 나란히 너는건 내 몫이였다.

어느날인가 아뭏튼 토요일 오후 였을 것이다.

늘 집안 일을 잘하는 친구 한나가 빨래터에 빨래를 하러 간다기에

심심했던 나는 집에 동생들 벗어둔 옷가지를 세수대아에 넣고 친구따라 냇가에 갔다.

익숙한 솜씨로 빨래를 하는 친구에 비해 이게 어떻게 해야 깨끗해지는

지를 모르고 망설이는 나를 그 친구는 한심하다는 듯 보면서

자기가 하는데로 따라 해 보라 했다.

주물럭 거리면 거릴수록 비누거품이 끓어 올랐다.

내 친척 언니는 가끔 우리집에 와서 엄마가 안계신 사이 우리를 돌 봐 주곤 했다.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건 언니가 늘상 부르는 노래다.

클로멘타인이라는 곡조에 너무나 슬픈 가사가

아직도 그 언니는 슬프게 부르면서 내 기억을 따라 다닌다.

....엄마 엄마 나 죽으면

뒷동산에 묻지마

앞산에도 묻지말고

양지 바른 쪽으로

비가 오면 덮어주고

눈이오면 쓸어줘

내 친구가 찾거 들랑

................................

어느날은 이 노래를 부르며 크로바 꽃 무리를 따라 들길을 걷다가

꽃 목걸이와 반지를 만들어 주며

네잎 크로잎를 찾고 있었다.

"네잎 크로바는 행운을 가져다 준데..."

언니가 살짝 웃을땐 언니 얼굴이 온통 하얗고 상큼했다.

난 언니가 생각 날 때마다 혼자 그 노래를 불렀다.

그런 날 엄마는 청승맞다고 야단치기에 바쁘셨다.

그래도 난 엄마가 안 계시고 나 혼자 놀때도 참 많이 불렀던 것이 생각난다.

이렇게 오랜 세월이 흐렀음에도 그 노래가 내 기억에 머물고 있으니

내 고집도 어지간 했던 모양이다.

그런데 그 언니는 참 오랫동안 우리집에 오질 않았다.

한번쯤은 엄마한테 여쭤 볼만도 한데 난 그렇질 못했다.

어느날 늙은 고모는 수심에 가득찬 얼굴로 우리집에 오셨다.

방 분위기는 암울 했고

그때도 난 무엇 때문인지 몰랐다.

그 언니를 더 이상 보질 못하고 우린 다시 고향으로 내려 왔다.

가끔 압록 고모의 정을 가족들이 말할때도 난 언니를 까맣게 잊고 있었다.

많은 세월이 흘러 그 언니 얼굴이 잘 생각이 나지 않았을때

언니의 죽음을 알게 되었다.

사랑을 잃고, 가슴을 앓고, 병이들어 죽어간 그 언니를........

그 언니의 죽음을 알았을때,

크로바 꽃 목걸이가 너무도 아프게 내 가슴을 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