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꽃과 바람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히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애증으로 다가선 그대
그대 스치는 날엔
하늘 향해 솟던 그리움
깊은 산 담장에
꼭꼭 숨기고 싶어요.
이제는 덮어두자
맹세도 했건만
한 낮 햇살에 수줍게 웃고 나면
어느새 그대는
여린 이 내 맘 흔들고
섧게 떠나갑니다.
저 구름이
구슬픈 내 노래마냥
겹겹이 새긴 기억
풀어준다면
휘청대는 내 사랑도
의연할 수 있을까요.
지워도 지울 수 없는
슬픈 내 이연(異緣)은
때로는 낯선 영혼처럼
적막한 들녘 이슬되어
속절없이 무너집니다.
그러다 문득
그대 지나는 날이면
끝내 초연할 수 없는 것이
그대는 바람,
나는 풀꽃인가 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