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

[re] 풀꽃과 바람

있는 듯 없는 듯

무심히 살다가

어느 날 문득

애증으로 다가선 그대

그대 스치는 날엔

하늘 향해 솟던 그리움

깊은 산 담장에

꼭꼭 숨기고 싶어요.

이제는 덮어두자

맹세도 했건만

한 낮 햇살에 수줍게 웃고 나면

어느새 그대는

여린 이 내 맘 흔들고

섧게 떠나갑니다.

저 구름이

구슬픈 내 노래마냥

겹겹이 새긴 기억

풀어준다면

휘청대는 내 사랑도

의연할 수 있을까요.

지워도 지울 수 없는

슬픈 내 이연(異緣)은

때로는 낯선 영혼처럼

적막한 들녘 이슬되어

속절없이 무너집니다.

그러다 문득

그대 지나는 날이면

끝내 초연할 수 없는 것이

그대는 바람,

나는 풀꽃인가 봅니다.

♪ casabian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