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휴일을 맞아 대청소를 했다.
불필요한 물건을 버리고 나니 집안 곳곳에 여백이 생긴다.
여백의 그 안락함에 앉고 보니 새삼 행복이란 것이 꽃술에 묻혀 흩날린다.
지난봄 형님 댁 분갈이를 해 드리고 얻은 화초가 어느새 자리가 잡혀가는지 꽃향기가 번지고 싱그러운 초록물이 부풀어 올랐다.
어릴 적부터 내 맘을 빼앗은 그들이다.
이런 나를 보고 친정엄마는 나중에 외로워진다며 적당히 키우라 했다.
내 맘 가는대로 살아서 외로워진들 어떠하랴 싶었다.
풍요 속 짙은 그리움 또한 채우지 못한 허기진 마음이리라.
훌훌 털고 살 수 있는 인생이 될 수 없음에 매일 비우는 연습을 하고, 그런 중에 축복처럼 여백의 미를 발견할 수 있었으리라.
요즘 우리집에서 예쁜 것은 단연 달개비 꽃이다. 지난 여행 때 강가 모래속에 뿌리내린 달개비를 담아왔는데 아침마다 한송이씩 피어나서 나를 깜짝 깜짝 놀라게 한다.
나는 남천 나무도 많이 좋아한다.어느해 늦가을 보았던 단풍은 참으로 황홀했다.
남천은 비올 때도 이쁘다.물방울 가득 담고 있을 때 그를 본 이가 있다면 내 마음을 이해할까.
그러고 보니 내 마음속에는 여백이 없는 것 같다.
채우고 또 채워 사랑한다 고백해도 떠날 것은 떠날 것이고 소멸은 끝이 없건만, 내 마음은 그것들을 붙들고 놓아줄 준비를 하지 못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래도 또 다시 나는 이별을 할 것이고, 누군가를 다시 사랑하기위해 공간을 비워 두겠지...
그래,그렇게 살다가 그리움 가득한 편지한통 하늘에 띄우자.
아름다운 그 무언가를 매일 갈구하며 뜨겁게 살고 있다고...
글,사진/애린

[Mary Hopkin] Fields Of St Etien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