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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갯것

바다가 간다 길래

한파 주위보가 내린 길을

무작정 달렸습니다.

그리고 아침이 되어

마침내 바닷가에 도착하였습니다.

그러나 태초부터 그곳은

바람 뿐 이었나봅니다.

맞바람을 뚫고

둑길을 따라 걸은 지

얼마큼의 시간을 보냈는지.

떠나온 그곳은

아득하기만 합니다.

바다는 멀미를 하는지

쉼 없이 파도를 토하느라 지치고

우리는 바다가 떠나기도 전에

산을 타고 앉았습니다.

처음부터 아무것도 아닌 것은

없었나 봅니다.

우리를 가두던 숱한 시간들도

오늘은 잠시 등을 돌립니다.

물새 발자국을 따라 걷다가

빠져버린 늪은

허상의 그늘로 돌아와 있어도

결국 우린 만선을 했습니다.

소라껍질 속에서

아직은 바람 소리가 나고

바다냄새가 납니다.

지금 이 순간

내가 꿈꾸던 내일은

바로 이것이었나 봅니다.

이것을 얻기 위해 우리는

새벽잠을 멀리했으며

그 바다로 떠났습니다.

아니,

하루가

꿈인 듯

지금도

몽롱한 의식 속을 헤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