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애린이 2화

애린이[2]

여느때처럼 애린이집 다락 방에서 책에 정신이 팔려 있는 나를 흔들며

애린이는 나에게 작은 명함판 흑백 사진을 보여 주며

"이 사람이 우리 아빠셔"

난 조금 놀라긴 했지만 태연한척

"그러니?"

"응,나 여수에 나가면 가끔 만나"

"아빠를 만난다고?"

"응, 아빠는 그냥 날 안아 주기만 해"

"엄마도?"

"우리엄만 울기만 하고..."

"이 책들은 다 아빠가 나 만나면 사들고 오신거야"

".................."

"난 별로 책들을은 안 좋아 하는데...아빠는 만날때마다 사들고 오셔서

난 그냥 반갑진 않지만 니가 좋아하닌까 아무말도 안하고 들고 오지..."

"..................."

"난 니가 없었으면 얼마나 외로울까?

엄마는 매일 밖에 나가지도 못하게 하고,

난 집에서 할 것도 없는데 집만 지키고....."

애린이는 말 끝을 흐려가며 나지막하게 속 얘기를 하나씩 들려준다.

웃음기 없는 애린이 얼굴은 창백해 보이는데 아빠얘길 하는 애린의 눈은

금방이라도 눈물방울을 쏟아낼것 같았다.

"우리아빤 참 잘생겼어.....

지금은 서울에서 선생님 하신데...

우리 할아버진 교장 선생님이라 하는데 난 한번도 본적이 없어.

아빠가 날 만나러 오시면 아빠는 까만 자동차를 타고 계셔.

자동차 앞 거울에는 아빠 부인과 나보다 어린 딸들이 작은 사진안에

담겨져 매달려 있어..."

"................."

"난 이담에 크면 엄마처럼 안 살거야.엄마는 참 바보야!

어떻게 그런 아빠를 만나니?"

"왜, 선생님 이라면서"

"야,선생님이면 뭐해! 같이 사는것도 아닌데...그리고 어떻게

엄마를 두고 그렇게 결혼을 하니?

아빠가 대학다닐때 여름방학에 산너머 해수욕장 있지?

거기에 놀러와서 엄마를 처음 봤데.

엄마는 그날 해녀일을 마치고 돌아오다 그 해수욕장위에

흐르는 개울물에 얼굴을 씻고 일어서는데

아빠가 지켜보다 엄마가 잡은 소라를 사겠다고 했나봐.

그래서 엄만 아무생각없이 팔았데...

이런 얘긴 나도 얼마전에 알았어.

왜 우리는 이렇게 사냐고 엄마한테 말을 하다 울었거든...

어쩌다 한번아빠 만나러 가는것도 이상하고...

그 자동차 안에 사진도...."

".................."

"그날 우리 엄마도 많이 울었어.나 한테 미안 하데...

엄마도 이렇게 사는거 누구보다 싫다고...

그렇지만 아직도 엄마는 아빠를 사랑한데...

그래서 가끔 아빠를 만나면 하고싶은 얘기가 많은데

생각과 달리 울고만 온다고...하도 할 말이 많아서..."

난 좀 멍해진 기분이였다.

처음으로 알게된 애린이 아빠에 대한 얘기가 정말 사실일까...

그런 궁금증에 애린이가 쉬지않고 떠들어대는 입을 보며

내 놀란 마음을 감추려 애썼다.

"애린아! 엄마 수건좀 줄래?"

마당에서 애린이 엄마의 목소리가 들리고

"나중에 또 해줄께.

우리엄만 다른 사람에게 아빠 얘기 하는것 싫어 하거든."

"그래...니가 해주고 싶을때 해.난 아무래도 괜찮아."

저녁이 되고 난 이제 집에 가야한다고 말을하고 다락방을 내려와

마당을 쓸고 계신 얘린이 엄마의 얼굴과 마주치자 나도 모르게

얼굴이 빨개져 얘린이와 한 얘기를 들킨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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