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이[4]
"쯔쯔쯔, 그래서 뜬데?"
"그러게 말이야. 애린이 할머닌가 와서 아들 잡아 먹을 거냐고 난리를 쳤데"
"아니 왜? 왜 가만히 사는 사람한테 그런데?"
"애린이 엄마가 아직도 애린이 아빠를 만나는가봐 . 가끔 여수 나가면
내려와서 만나는걸 지금 애린이 아빠처가 알고는 못살겠다고 그런 난리가 아니였데"
우연히 빨래터를 지나다 애린이집 옆에사는 귀남이 엄마와 그 아주머니와 친한
동네 아주머니의 비밀스런 목소리는 날 참 많이 놀라게 했다.
"그래...애린네와 애린이 아빠는 만나선 안됄 인연 이였는디.....
그렇게 곱고 예쁘던 애린이 엄마가 어떻게 저렇게 되었을까.....
사람 팔자라는건 모를 일이야..."
"그 해수욕장에서 그 아빠가 애린네를 보고 완전히 빠졌데지?"
"그랬다나봐. 애린이 아빠 친구들이 다 돌아갔는데 애린이 아빠만
남아가지고 애린네를 기다렸데...그때 한동안 해수욕장 쪽에서
물질을 하지 않았겠어? 애린네를 매일 기다리다가 애린네가 돌아
갈려고 뭍에 나오면 자꾸 말을 걸었데..이름도 물어보고...
그래서 몇달동안 편지가 날마다 오다싶이 했다지?"
"그래...인물은 지금도 어디 내놔도 처녀같이 예쁘잖아"
"그 애린이 아빠집은 서울에서 아주 대대로 내려온 교육자 집안이라며?"
"그렇다나봐. 그러게 오르지 못할 나무는 왜 처다보누?...쯔쯔쯔.."
"그게 인력으로 되는건가? 정분이 나면 어쩔수 없다고...."
"애린네가 여수에 나가면 살다 싶이 했나 보드라고.그래서 애린이가 생겼잖아"
"그러게 안됐어....그 애린이 할머니가 나중에 알고는 그아이 지우라고
그러지 않은면 죽겠다고 그래서 애린네가 한참 안보였 잖아...
목포인가 거기가서 몰래 혼자 낳았데?"
"어`휴...처녀가 혼자 얘 낳는다는게 보통 일인가..."
"우리는 다들 다시 제주도로 간줄 알았잖아...어느날 뱃머리에 핏덩이
애린이를 안고오는걸 보고 얼마나 놀랬어! 나중에 안 얘기지만 애린이
아빠는 그런 사실도 몰랐나봐?
몇달 없어진 애린네만 원망하다 부모가 억지로 결혼을 시켜 지금 처하고 하는수 없이 산다는 말도 있고...."
"인연이란건 참 묘해. 그러고 끝나는줄 알았는데 어떻게 또 만날수 있었을까?"
"애린네가 애린이 아빠를 정말 좋아 했나봐.이동네오면 좁은 동네에서
소문이 좋게 날리 있겠어? 그것도 다 감수하고 이곳에 온건 애린 아빠를
이동네에서 만났잖아...그리고 둘이 살려면 해먹을 게 뭐 있었겠어?
여기오면 그래도 해녀질도 하고...둘이 살면서 부족하지 않게 살잖아?
그런데 애린 아빠도 마찬가지였데...여름에 우연히 뒷마을 해수욕장에
들러 거기서 장사하는 민수 아버질 만났나 보드라고...
그래서 지금까지 이렇게 된거야.그때 애린 아빠도 많이 울었다 그래..."
"그렇지...사람 마음이라는게..."
"딸은 엄마 팔자를 닮는다는데...."
"에구! 방정맞은 소리하고있어 이 여편네가 어린애를 두고!"
난 사실 그 얘길 들으면서 좀 아찔했다.이해하기도 어려웠고...
"그런데 지금 애린이 아빠 처가 애린네를 만나는걸 알고는 이혼하겠다고
하면서 친정으로 가버렸데나봐. 어제 애린이 할머니가 이혼하면 나 목메 죽을거라며
지금 당장 애린이를 주던가 아니면 아들 못찾는대로 가서 숨어서 살든다.
둘중 하나 택하라고 그런 생때가 없었어.."
"애린네만 불쌍하지...애린이는 그집 핏줄 아닌가? 그런 억지가 어디있어"
"그래도 아들 가진 부모라 아들이 그렇게 사는걸 누가 바라겠어?
꼭 할머니만 나쁘다고 볼 수 없지..."
"일찍도 내려오셨데?...그집 물건이 하나라도 남아 있을찌 몰라.
그런 난리가 아니였는데..우리집 양반이 가서 겨우 말렸잖아..."
난 빨래터 옆에 쪼그려 앉아 안들은척 하며 나무가지 하나를 꺾어들고
개미집을 건드리고 있었지만 얼마전 애린이가 한 얘기를 생각하며...
마음이 착 가라앉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