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이[5]
난 국화향 가득한 그집 주변을 힐끔 쳐다보고는 우리집으로 바로 가고 말았다.
애린이가 어떻게 하고 있는가도 궁금하고 애린이방 책들도 걱정이
되었지만 애린이 집에 들러선 안됀다는 것을 어린 나이에도 알 수 있었다.
빨래터 아주머니들의 말들은 그날 나를 참 많이 우울하게 했다.
정말 애린이를 데려가면 어떻하지?.......
하늘가엔 벌써 노을이 주황색 빛을 만들며 지고 있었다.
하늘의 노을도 그렇게 예뻐 보이질 않았다.
난 돌담 앞에 앉아 거무스름한 밤이 될때에도 일어나질 않았다.
잔잔한 바다위로 방파제의 등대빛이 내 마음만큼 바다에 우울하게 스며들고 있었다.
'애린이가 이곳을 뜬다면 난 어떻게 살지?..다락방은..책들은...'
그때 우리집 형편은 나에게 그 많은 책들을 사 줄 형편이 안됀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어서 인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면서 많이 절망했다.
애린이의 빈 자리를 채울만한 그때의 친구는 내게 없었기에 더 슬펏는지 모른다.
간밤도 내 걱정은 끝이 없어 잠을 설치고 말았다.
새벽에 빗소리가 들리고 이른 아침이였지만 난 등교준비를 서두르며
대문밖 돌담에 서서 오지않는 애린이를 안절부절 못하며 기다렸다.
혼자 우산을 쓰며 산길을 올라 학교 가는내내 자꾸 뒤를 돌아다 보았지만
애린이의 노랑색 우산은 보이지 않았다.
수업시간이 되고 선생님은 애린이가 전학을 갑자기 가게 되었다는
말만 하고는 더이상 애린이의 말은 하지 않았다....애린이의 빈 자리를
보면서 눈물이 금방 쏟아 질것 같아 이를 악물며 얼마나 참았는지 모른다.
학교에서 돌아와 책가방을 마루에 던져놓고 난 한걸음에 애린이 집에 가 보았다.
여전히 국화 울타리는 너무 예쁜 모습으로 활짝 웃고 있었다.
창문이 닫혀진 다락방을 올려보다가 애린이를 불렀지만 그집은아무 기척이
없고 문은 모두 잠겨져 내 절망은 그날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리게 했는지
모른다. 한참 멍 하게 서있는데 뒷집 민수 엄마가 오시더니
애린이가 내게 주라고 맡긴게 있다며 민수집에 나를 데려 갔다.
애린이가 나에게 맡긴 편지 한 장과 어디서 많이 본듯한 책들이
민수네집 한쪽 마루에 앉아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눈물로 범벅이된 내 눈과달리 애린이가 남긴 편지는 예쁜 백설 공주와
일곱난장이 그림이 깨끗하게 그려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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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희야!
너한테 이렇게 작별인사도 못하고 떠나게 되어
나도 많이 울었단다.
지금은 아주 깊은 밤이지만 난 잠이 오질 않아 다락방에 혼자 올라와
너에게 편지를 쓰는거야.
어제 우리 할머니를 처음 뵙게 되었단다.
내가 상상한것 보다 얼마나 무서운 분인지...난 지금도 가슴이 떨려..
엄마랑 같이 이곳을 뜨지 않으면 안되는가 봐
할머니 돌아 가시고 엄마랑 많은 얘길 했어.
우리 제주도로 이사가.
엄마가 그렇게 하제.
제주도에는우리 외할머니와 외삼촌이 사시고 계신데.
엄마는 그동안 아무 연락을 하지 않아서 지금은 어떻게 되었는지 모르지만
그곳에 가면 여기보다 마음편히 살 수 있다고.
아침에 여수에 나가서 모래면 난 제주도에 가 있을거야.
너와 헤어지기가 누구보다 싫지만, 나 혼자 여기에서 살 순 없고
그렇다고 서울 아빠집에 들어가기는 죽기보다 싫단다.
제주도에 가면 너같은 친구를 다시 만날수는 없겠지?
너한테 꼭 편지 할께 .너도 답장 해 줘야해?
그리고 난 책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잖아 그래서 엄마한테 졸라
겨우 허락 받았다.너한테 주기로...아빠가 사주신 거라 엄마는
처음엔 반대 했지만 그동안 네가 나한테 잘해준 것도 있고 단짝 친구라는 점에서 흔쾌히 허락해 주셨단다.
나도 가끔 너처럼 책을 좋아해보고 싶은데 난 책만 읽으면 왜 이렇게 졸리는지...
영희야! 너도 나 잊지 않을거지?
우리 크면 꼭 다시 만날수 있을거야.
커서 꼭 만나자...알겠지?
안녕
...................................................애린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