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애린이 6화

애린이[6]

어느덧 국민학교 졸업 사진을찍고 중학교를 진학 하면서 많은 친구들은

도시로 떠나고 얼마남지 않은 친구들은 국민학교 옆 작은 중학교에 다니게 되었다.

애린이는 한달에 한두번 정도 편지를 보내주고 나도 애린이에게 답장을

꼬박꼬박 보내 줬다.

제주도 겨울은 여기보다 더 따뜻하지만 날씨 변덕은 정말 심하다고 했다.

외할머니는 몇해전 돌아가시고 결혼한 외삼촌이 감귤 농장을 하시는데

귤은 지겨울 정도로 많이 먹는다며 하도 먹어서 어떨때는 피부가 노랗게

보이기도 한다 했다.

애린이는 삼촌네에서 같이 살면서 제주 시내에 있는 중학교에

버스를 타고 통학 한다고 했다.

여전히 엄마는 학교와 집에만 있기를 바란다고...너무 답답 해서

바람이라도 쐬려 나서면 같이 가야 한다며 따라 나선다고 했다.

처음엔 제주 사투리 때문에 삼촌이 무슨 말을 해도 잘 알아 들을수

없었다고......꼭 외국에 사는 기분이라 했다.

난 애린이가 남긴 책들을 몇번이나 읽었는지 모른다.

책의대한 내 갈증은 점점 더해 갔다.

새학년 새학기 때마다 국어책에 나온 시와 짧은 소설을 얼마나 읽고

또 읽었는지 모른다.

그렇다고 해서 국어를 좋아한건 아니다. 수학 공식을 외우는 것보다.

영어 단어를 외우는 것보다 난 수 많은 사람들의 생각에 빠지는걸

훨씬 좋아했다.책을 읽으면 난 가만히 있어도 세계 일주를 할수 있었다.

하루는 담임 선생님 께서 너무 높게 나온 내 아이큐 검사 결과를 얘기하며

내 성적은 노력 안한 내탓이라 했다....그리고는 참 많이 꾸짖으셨다.

애린네 집을 지날 때마다 난 애린이 다락방이 궁금하고 보고 싶었지만

난 그 다락방 유리문 마저 볼 수가 없었다...다락방 안에 살고 있는 애린이와의

추억을 마음속에 그냥 간직해 두고 싶었다.

그집은 새로운 주인을 만나 높은 담이 쌓여지고 빨간색 지붕칠을 다시해

예전 애린이집을 생각하기엔 참 서운함이 있었다.

내 마음에 너무도 예쁘게 피어있던 국화 울타리도 먼 옛날 이야기가 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