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산문·애린이 7화

애린이[7]

세월은 우리 나이와 정신과 키를 키워 놓고 강물되어 흘러버렸다.

차곡차곡 쌓인 우리의 편지는 많은사연이 아름답게 담겨져 있었다.

가보지 못한 제주도를 그에게 느끼고 성장에서 멈춰버린 우리동네

애린이의 삶은 내가 대신해 줬다.

많은 변화와 환경속에 어린 나는 먼 인천 하늘은 보며 벌써 3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고등학교 졸업무렵 애린이는 편지를 반갑게 보내주었다.

한동안 입시 준비에 바쁘다는 것을 서로가 잘 알고 있기에

우린 3학년이 되서 안부 정도 묻는 짧은 편지를 아주 가끔 보낼 수 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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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밤에 이곳에는 정말 많은 눈이 내렸단다.

한라산엔 하얀 눈 지붕이 만들어져 네가 어렸을 때 들려준 알프스 소녀 하이디를

생각 했단다. 알프스 산은 아직도 하얀 눈으로 뒤덮여 파란 하늘이

더욱 선명하게 보일테지?

영희야!

참 많이 보고 싶다.

그동안 난 입시와 면접을 번갈아 보느라고 많이 지쳤다.

난 교육대학에 간신히 합격해 곧 서울로 올라가게 되어있단다.

면접시험에서 어린시절 읽었던 동화책을 간추려 애기해 보라는

물음이 있었는데 너도 알다 싶이 난 읽은게 별로 없잖아.

처음 당황하다 니가 들려준 책 내용을 생각해 간신히 말할수 있었단다.

내가 합격한건 정말 네 덕분이야.

영희야 너도 진학 하겠지?

꼭 진학해서 우리 대학생이 되어 예쁜 모습으로 만나자.

너와 헤어지고 지금껏 우린 한번도 보질 못해서 서로가 변한 모습에

참 많이 놀라겠지?

난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학교를 다니는 네가 얼마나 대견해 보이는지

모른단다.난 너만 생각 하면 기가 죽어....너의 활기찬 생활을 보며..,

여전히 너는 책속에 빠져 있니?

네가 읽은 책들을 반만 내가 읽었다면 얼마나 좋을까?

지금 생각해 보니 어렸을때 억지로라도 책읽는 습관을 한번 길들어 볼걸

하는 후회가 얼마나 남는지 모른단다.

네가 있는 인천과 가까운 곳에 갈수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그리고 우리엄마 곧 결혼을 하시게 되었어.

우리엄만 아직도 미혼모 잖아.

결혼식때 꼭 면사포를 써야 한다고 내가 우겨서 그렇게 하기로 했단다.

새아버지는 아주 오래전에 사별하셔서 지금 우리 삼촌처럼 귤 농장을 하시고

세살위인 언니와 다섯살 위인 오빠가 세삼스럽게 생겨 갑자기

복잡하지만 지금껏 나만보고 살아온 엄마의 행복을 빌고 싶어.

너도 축복해줘.우리엄마 꼭 행복하게 살 수 있게.....알았지?

영희야!

너무너무 보고싶다.

서울가서 연락할께....

안녕

애린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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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를 읽고 정말 잘 되었다는 생각과

내 현실을 비교하며 괜히 마음이 울적 하기도 했다.

그렇다고 난 애린이의 환경에 시샘을 낸건 아니다.

나도 나름대로 열심히 살았고 다만 내 힘으로 될 수 없다는 절망과

꿈에 대한 소망이 혼동을 줄 뿐이다.

인천에서 난 내가 할수 있는 아르바이트를 해가며 짧은 시간에

야간 고등학교를 다닐 뿐이였다....여전히 난 헌 책방을 전전하며 내가 찾는

책을 발견 하곤 설레는 마음으로 늦은 밤까지 읽는 유일한 내 취미 때문에

난 얼마나 행복했는지 모른다.

그날도 헌책방에서 읽고 싶던 책을 구입해 돌아 올려고 책방 앞에 있는 정류소에서

버스를 기다리는데 누군가가 자판기 커피를 불쑥 내밀며 마시라고 했다.

난 깜짝 놀라 동그랗게 눈을 떴는데 그 사람은 책 방에서 가끔 마주치는

얼굴 이 였다.

그의 미소는 커피만큼이나 따뜻했다.

그날 구입한 책은 몇일동안 낮은 책상에 가만히 있을수 밖에 없었다.

주인의 넋이 제자리를 찾길 바라면서.......

난 대학을 포기하고 작은 직장에 다니게 되었다.

봄날 갑작스런 애린이 방문이 있고 난 눈부신 애린이의 모습을 보면서

얼마나 반가왔는지 모른다.

애린이는 내 생활을 못 마땅하다는 듯 자꾸 내 생각을 바꾸려고 많이 설득했다.

인천 자유공원, 서해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계단에 앉아 우린 손을 꼭 잡고

지난 이야기를 하며 애린이의 소박한 꿈도 들을수 있었다.

"난 꼭 선생님이 될거야. 그래서 우리가 다니던 작은 학교에 가서 내가

그리워 하던 그 바닷가와 산길을 찾을거야.

그리고 시간만 나면 난 도시락을 맛있게 만들어서 우리걷던 산길을

다녀 볼거야. 그때는 꼭 너도 있어야 돼?

"....그래 꼭 같이 있어 줄께...꼭!"

난 약속을 지킬수 있을지...마음속으론 다짐 하진 못해도 애린이와 약속은

하고 싶었다.사실 나도 그런 소망이 있었기에....

애린이는 그후로도 몇번 더 만날수 있었다.

그런데 3학년이 되고 애린이는 바쁘다는 핑계로 만나걸 아주

힘들어 했다. 편지도 마찬 가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