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성에꽃
지나간 슬픔에 대하여
밤새 어둠이 새겨 넣은 기호를 읽는다
제 몸을 꺾어 세운 하얀 뼈마디들
부서지기 쉬운 표면 위에
엉겨 붙은 말들이 서늘하게 굳어 있다
식어버린 줄 알았던 온도가
창틀의 모서리를 타고 돌아와
유리벽 한 겹에 날 선 무늬를 돋운다
손가락 끝으로 시린 결을 짚는다
체온이 닿는 자리마다
각진 문장들이 허물어져 흘러내리고
가려졌던 너머의 풍경이 길을 연다
밖으로 달아나지도 못하고
안으로 스미지도 못한 채
경계 위에 서서 스스로를 굳히던 결정들
성에가 녹아내려 창을 씻는 동안
물방울의 궤적이 천천히 바닥으로 떨어진다
젖은 유리창 너머로
더는 꺾이지 않는 볕이
곧게 들어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