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시집- 너에게 가는 길 13화

음소거

반짝임은 꺼지기 전 표면이 내는 마지막 잡음일 뿐

새벽에 뜬 한 조각이 먼저 나선다 해도

바닥에 깔린 한 조각이 무게를 받친다 해도

서로의 솜털을 얽은 채

둥글게 굴러갈 뿐이다

흩어지려 힘을 주면

결결이 갈라지는 기류에 먼저 찢기고

자리를 지키려 멈추면

무게를 이기지 못해 틈이 벌어진다

빛의 비늘을 뒤집어쓴 채

공기의 털에 매달려 떠돌지만

반짝임은 표면이 바스러지며 내는 마찰음

손끝의 기척만으로도 쉽게 바스러진다

내가 비워낸 자리에는

다른 한 겹이 덧대어 내려앉고

빛 쪽으로 각을 세우다가도

바람의 결을 따라 다시 눕는다

책장 밑 손 닿지 않는 모서리

걸레질이 빗겨 간 낮고 마른 어둠

빛도 바람도 들어서지 않는 틈에서

가장 낮은 무게로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