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소거
반짝임은 꺼지기 전 표면이 내는 마지막 잡음일 뿐
새벽에 뜬 한 조각이 먼저 나선다 해도
바닥에 깔린 한 조각이 무게를 받친다 해도
서로의 솜털을 얽은 채
둥글게 굴러갈 뿐이다
흩어지려 힘을 주면
결결이 갈라지는 기류에 먼저 찢기고
자리를 지키려 멈추면
무게를 이기지 못해 틈이 벌어진다
빛의 비늘을 뒤집어쓴 채
공기의 털에 매달려 떠돌지만
반짝임은 표면이 바스러지며 내는 마찰음
손끝의 기척만으로도 쉽게 바스러진다
내가 비워낸 자리에는
다른 한 겹이 덧대어 내려앉고
빛 쪽으로 각을 세우다가도
바람의 결을 따라 다시 눕는다
책장 밑 손 닿지 않는 모서리
걸레질이 빗겨 간 낮고 마른 어둠
빛도 바람도 들어서지 않는 틈에서
가장 낮은 무게로 가라앉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