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이 걸러낸 사유
다정한 향기로 마중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썰물이 빠져나간 해변에 홀로 서면
가슴 바깥부터 보랏빛 채도가 번진다
바람은 제 가고 싶은 곳으로만 불고
조약돌은 제 몸 하나 굴리기에 바쁜데
소금기 어린 자리에 홀로 서 있는 건
수평선이 가슴에 꽃대를 세웠기 때문일까
다정한 향기로 마중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치유의 빛깔로 안아주지 못한 것에 대하여
물결의 지문이 선명한 뒷모습에는
늘 아쉬운 포말이 일었다
오래된 파랑이 덧없는 정을 키우고
꽃잎을 지운 고독이 모래성을 쌓는 동안
등대는 아쉬움을 떨구고 계절을 마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