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시집- 너에게 가는 길 15화

바람이 걸러낸 사유

다정한 향기로 마중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썰물이 빠져나간 해변에 홀로 서면

가슴 바깥부터 보랏빛 채도가 번진다

바람은 제 가고 싶은 곳으로만 불고

조약돌은 제 몸 하나 굴리기에 바쁜데

소금기 어린 자리에 홀로 서 있는 건

수평선이 가슴에 꽃대를 세웠기 때문일까

다정한 향기로 마중하지 못한 것에 대하여

치유의 빛깔로 안아주지 못한 것에 대하여

물결의 지문이 선명한 뒷모습에는

늘 아쉬운 포말이 일었다

오래된 파랑이 덧없는 정을 키우고

꽃잎을 지운 고독이 모래성을 쌓는 동안

등대는 아쉬움을 떨구고 계절을 마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