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시집- 너에게 가는 길 14화

민들레의 당부

바람은 앞으로 이어진 길을 지우고

꽃대를 올리며

대지를 다독이던 뿌리도

깃털을 세우며

허공으로 날아가던 인연도

섞이지 않을 대기의 끝은 없다

발목을 감아쥐는 서늘한 기척이

잠잠하던 망각을 흔들 때

바람은 일방통행을 지우고

둥글게 휜 행성의 등허리를 탄다

단절을 꿈꾸며 떠나간 허공이

다시 맺힐 홀씨를 거두는 동안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 궤적은

결국 척박한 보도블록 틈과

오르고 싶은 언덕에 피는 것을

노랗게 뜬 말이 맺히지 않도록

볕 조각을 나눠 먹던 그 환한 날개엔

비문 같은 꽃잎은 새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