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들레의 당부
바람은 앞으로 이어진 길을 지우고
꽃대를 올리며
대지를 다독이던 뿌리도
깃털을 세우며
허공으로 날아가던 인연도
섞이지 않을 대기의 끝은 없다
발목을 감아쥐는 서늘한 기척이
잠잠하던 망각을 흔들 때
바람은 일방통행을 지우고
둥글게 휜 행성의 등허리를 탄다
단절을 꿈꾸며 떠나간 허공이
다시 맺힐 홀씨를 거두는 동안
멀어질수록 선명해지는 궤적은
결국 척박한 보도블록 틈과
오르고 싶은 언덕에 피는 것을
노랗게 뜬 말이 맺히지 않도록
볕 조각을 나눠 먹던 그 환한 날개엔
비문 같은 꽃잎은 새기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