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팝나무
오월 해 아래 눈부신 고봉으로 피어난다
오월은 가지 끝마다 쌀알을 안치며 온다
한솥밥 먹던 기억이 무명 실타래로 풀릴 때
섬마을 지붕 위로 시린 연기가 나풀거린다
나무가 가리키던 방향을 잃은 채
서로를 할퀴던 각진 세월은
고향 마당 빗자루 끝에 쓸려 나와
가만가만 뒤꿈치를 올리며
소복한 정으로 쌓여간다
허기를 달래주던 나무가
해 저문 언덕에 제 몸 켜서 등불이 되는 건
여전히 서로에게 밑동이기 때문이었다
꽃잎은 짙은 향기로 막힌 산길을 트고
아버지 묏등 위에 자란 설움을 깎을 때
무심히 돋은 그리움은
우둠지를 향해 환하게 번진다
가을날에도 저 아까운 꽃들은
검푸른 열매로 단단할 수 있을까
몽글몽글 김 오른 흰빛은 쉬 식지 않아
오월 해 아래 눈부신 고봉으로 피어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