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 이종희

시·시집- 너에게 가는 길 17화

노을 예감

타인의 계절을 살피느라 헐거워진 내벽 위로

섬 허리를 움켜쥔 소멸이 번져가면

낮게 엎드렸던 하루가 허공으로 흩어지고

날 선 기억 하나 수평선 아래로 가라앉는다

타인의 계절을 살피느라 헐거워진 내벽 위로

해묵은 그림자는 밀물로 차오르고

유랑의 발자국으로 사위어간 시간들은

뜨겁게 달궈진 상심에 위태로이 부유한다

저 지고한 한낮의 순정은 언제부터

부질없는 수증기를 꺼내며 식어가고 있었을까

서녘 밑줄로 저무는 것이 오늘의 빛이라면

비눗방울 무게로 다시 떠오를 것은 분명,

오늘보다 싱싱하게 파닥이는 은빛 날개일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