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린이[9]
난 간신히 휴가를 내서 제주도를 향하는 아침 첫 비행기를 탔다.
난생처음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날아 보았다.
솜 구름위를 두둥실 날으면서 빨간 아침 해를 보았다.
너무도 환상 적이였고 끝없이 펼쳐진 흰구름은 온 하늘에
목화 솜이 구름되어 푹신하게 깔려 있는것 같았다.
제주 공항에는 애린이 엄마가 마중나와 계셨다.
나이는 조금 들어 보였지만 여전히 아름다와 보였다.
어딘가 모를 수심에찬 얼굴은 내 마음을
불안하게 했다.
택시를 타고 얼마나 지났을까...애린이 삼촌내라면서 여기 애린이 방이 있다고 했다.
난 애린이가 여기에 내려 왔구나...하고 반가운 마음에 차에서 얼른 내려
귤나무가 빼곡히 심어진 좁은 길을 지나 초록색 대문에 들어섰다.
마당엔 애린이 삼촌인 듯 한 분이 마당을 쓸다가 우릴 보시더니
눈인사를 하고 하던일을 멈추고 현관으로 우리를 안내했다
애린이 엄마는 급방이라도 울 듯한 자세다.
그러면서 나직하게
"영희야....
먼 곳 까지 와줘서 고맙구나.
힘들었지?...
애린이가 너한테 남긴 것도 있고...흑 흑...
애린이 엄마는 더이상 말을 잇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렸다.
난 순간 애린이 삼촌의 침통한 얼굴을 보고는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애린이에게 도데체 무슨일이 일어 났길래 이러는 것일까....'
내 마음의 불안은 극에 달하고
"영희야.애린이는 갔어...아주 멀리...
"무슨 말이세요? 아니 그새 유학이라도 떠났나요?"
"그랬다면...그럴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삼촌 어떻게 된 일이죠? 네? 삼촌....."
"애린이 어멈이 말한데로 갔어...그놈의 자식이...무정하게...한 마디 말도 없이....
덜렁 편지만 남기고...."
"어디로 갔단 말이에요? 어디로...어디로..."
더 이상 나도 말을 잇지 못했다.
내 직감은 얼마전 애린이 편지가 생각나고...
갑자기 날 부른 애린이 엄마도...
애린이 방은 거실에서 나무계단을 올라 이층 에 마당이 보이는 쪽에 있었다.
방에는 오래전 나와 찍었던 흑백 사진이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그 옆엔 어디선가 봄 직한 빛 바랜 마른 들꽃이 거꾸로 메달려 있고
책 꽃이엔 전문 서적이 듬성 듬성 꽂혀 있었다.
애린이 엄마는 노란색 상자를 하나 꺼내 뚜껑을 여신다.
"애린이가 너한테 남긴거야"
그 안에는 내가 보낸 편지와 일기장 그리고 애린이가
내게 남긴 마지막 편지가 쓸쓸하게 누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