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행과 연 사이에 머무는 마음
318편 · 7 / 16쪽
시·
울지 말고 날아라
오랜 날 갇힌 물속으로 찾아온 푸른 공기가 이제 막 눈을 뜬 방울 등을 떠밀어 밖으로 나갔지 어쩌면 그날만큼은 가슴을 활짝 열고 억눌린 자유를 후후 불어 보고 싶…
시··사진 9장
낙엽의 부탁
가을이 노을로 타오른 숲이 지는 시간을 견디는 동안에도 허공에 매달린 불안이 그늘을 드리우는 시간에도 한 번쯤 환하게 웃으며 곱게 물들 우리네 인생이 있다는 걸…
시·
패선
패선(敗船) 이종희 숨 멈춘 배 한 척 파도와 한 몸으로 흔들린다 소금기 어린 침묵이 남은 이의 가슴을 철썩이고 하얗게 놀란 바다는 마음 추슬러 한 줌 생을 더듬…
시··사진 9장
꽃무릇
우리의 약속이 시들지 않았다면 한 번은 보고 싶습니다 하늘빛 밀어가 꺾이지 않았다면 한 번은 만나고 싶습니다 기다림이 쌓이고 쌓이면 사랑은 서러운 진물로 웃자라는…
시·
꽃게를 위로하며
갑자기 커다란 꽃게 박스가 도착했다 갸우뚱하다 되짚어보니 며칠 전 통화한 고향 친구 마음이다 모든 걸 강탈한 쓰나미에 정을 잃고 바다와 등졌다는 이웃과는 나눌 수…
시··사진 8장
코스모스의 고백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자꾸만 흔들리는 까닭을 몰라 문득 걸음을 멈추고 싶었습니다 우리 서로 영롱한 꽃잎으로 만나 포개지다가 아아, 포개지다가 한 떨기 구름으로…
시··사진 8장
코스모스의 고백
사랑이 깊으면 깊을수록 자꾸만 흔들리는 까닭을 몰라 문득 걸음을 멈추고 싶었습니다 우리 서로 영롱한 꽃잎으로 만나 포개지다가 아아, 포개지다가 한 떨기 구름으로…
시·
하벽강(霞壁江)
흡수한다는 것이 버겁고 무겁거든 여기에 두고 가도 좋으리 천년만년 살아온 생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없어 구름 노닐다 가는 날 멈추었고 햇볕 창창한 날 뜨겁게 사…
시·
하벽강의 깊은 뜻
하벽강(霞壁江) 이종희 흡수한다는 것이 버겁고 무겁거든 여기에 두고 가도 좋으리 천년만년 살아온 생 보고 싶은 것만 볼 수 없어 구름 노닐다 가는 날 멈추었고 햇…
시·
봉선화는 의연하게
먼 옛날 어느 별의 인연이 있었길래 하나의 대공에 매달려 살아가는 걸까. 척박한 자리에 움튼 싹들이 어쩌다 심술궂은 세상을 만나야 했는지... 흠뻑 젖은 내가 바…
시·
멈추는 날까지 달려보는 거지요
오랜 날 단단하게 엎드리고 있던 옹이는 저 윤기 난 대퇴부에서 영영 깎여버린 걸까 징소리 같은 통증을 늘리며 어미품을 떠난 잔가지가 음습한 그늘에 바스러지지 않았…
시·
하늘에 걸린 닻
울음이 풀어놓는 사연을 적어 저 강물에 띄우면 못다 한 생은 그 먼 곳에서 다시 환해질 수 있을까 이승의 마지막 상류를 끌고 가는 아침이 작별의 입맞춤도 없이 아…
시··사진 8장
가슴에 묻은 사연
늪 속에 칩거하며 구멍 뚫린 세월을 보낸다고 해서 혼탁한 물속에 수몰된 것은 아니었다 땡볕의 폭주가 거침없이 요동칠 때면 진흙과 타협하며 대공을 올렸고 지루한 장…
시··사진 11장
아직은 괜찮습니다(포토에세이)
바스러지지 않으면 걸어 나갈 수 없는 외줄이 있습니다 붙잡고 있는 손마디가 부석거리고 살점이 떨어져 나가도 흠뻑 젖은 그늘을 짜낼 수 없는 어깨가 있습니다 매일…
시··사진 10장
능소화 연정 (포토에세이)
진종일 꽃비 내린 외진 담장에 해묵은 그리움이 고개를 듭니다 주인 잃은 빈집의 공허가 뒹굴기 전에 꽃송이로 뚜벅뚜벅 걸어오신다더니 스치는 계절만이 꽃등을 켠 가지…
시··사진 6장
백일홍 편지(포토에세이)
수천수만의 물 알갱이들이 두 눈을 가린 나라에서 당신의 촉수가 초록 담장으로 이끌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어느 잡풀에 부대끼며 시들어가고 있을까요 풋내 나는 서정…
시··사진 11장
풍란이 향기로운 건(포토에세이)
거친 바위인 줄 알면서도 밀착해야 살아가는 숨이 있습니다 모두가 등 돌린 마음과 타협하며 살아간다는 것은 가슴에 잿빛을 쌓으며 수 없이 꺾이는 일이었습니다 때로는…
시··사진 9장
물망초(포토에세이)
그대... 잘 계신가요 오늘도 빈들엔 그리운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지난날 우리의 하늘 빛 편지는 비 오는 거리마다 꽃물되어 흘렀지요 어느 초여름 연두 잎새위 속절…
시·
부디, 예쁘게 피어나세요
찌그러진 한 생이 급하게 시간을 탕진하고 뚝, 끊긴다 뒤틀린 표정은 아무리 내달려도 벗어날 수 없는 멍에, 그릴 수 없는 꽃무늬는 가슴에 묻어두고 부식돼야 했기에…
시·
저 산에 오르면 무엇이 보일까
투명한 창으로 광합성을 건네받은 정수리는 자줏빛이다 오름의 기로에서 정해진 싹의 자리가 구석이라면 끈 떨어진 가방은 과거에 매몰되어야 할 운명이다 수척한 오늘을…